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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힐링일까, 인증일까? – Z세대가 본 밀레니얼의 여행법”

by 댝은구름 2025. 7. 16.

– 00년생이 바라본 밀레니얼의 감성 여행문화 관찰기

00년생이 바라본 밀레니얼의 감성 여행문화 관찰기

여행은 쉼이었는데, 어느 순간 콘셉트가 생겼다


어릴 때 내가 상상하던 여행은 ‘그냥 어디든 떠나서, 걷고, 먹고, 자고,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에는 콘셉트가 붙기 시작했다. 감성 한옥, 레트로 골목, 따뜻한 무드등이 켜진 창가 자리, 그리고 흐릿하게 보정된 필름 사진.
그 모든 것들은 내 주변의 밀레니얼 친구들이 SNS에 올린 여행 사진 속에 있었다.

그들의 여행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에세이 같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해준 곳”이라거나,
“가만히 앉아 햇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카페” 같은 캡션이 붙은 사진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나는 처음엔 그게 낯설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까지 ‘분위기’를 신경 쓰며 여행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감성적인 언어와 장면 연출은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을 단지 ‘쉼’이나 ‘관광’이 아닌, 자신을 정리하고 감정을 담는 하나의 ‘작품’처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여행은 힐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록의 무대이기도 했다.

 

기록은 곧 존재의 증명: 그들은 왜 그렇게 남기려 할까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을 보면, 항상 어떤 기록 장치가 따라붙는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이고, 요즘은 다시 유행하는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 똑딱이까지 들고 다니며 구도와 색감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심지어 가끔은 삼각대를 펼치고 셀프 촬영을 하는 모습도 본 적 있다.
그걸 보면 Z세대인 나는 한편으론 ‘귀찮겠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멋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록의 목적은 단순한 기억 보존을 넘어서 있다.
그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고, 블로그에 정리되고, 누군가의 피드 속에서 공유될 때,
그 기록은 곧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된다.
‘내가 이곳에 다녀왔고, 이런 생각을 했고, 이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 말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은 기록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려는 건 아닐까?
내가 나중에라도 그 여행을 떠올릴 수 있도록, 혹은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감정을 객관화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Z세대인 나에게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오히려 여행 중에는 휴대폰을 최소한으로 쓰려 하고, 꼭 사진을 찍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잊지 않기 위한 장치’가 너무도 중요해 보인다.
그게 글이든 사진이든, 감성적인 말이든. 그 모든 것이 자신만의 힐링 공식일지도 모른다.

 

 

힐링과 인증,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밀레니얼 여행’


Z세대인 나는 효율과 간결함을 좋아한다.이왕이면 빠르게 보고,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를 얻고, 여행도 짧고 굵게 끝내는 편이다.
반면 밀레니얼의 여행은 어딘가 더 여유롭고, 감정 중심이며, 목적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차이에서 나는 종종 재미있고도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너무 연출된 여행’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쁜 옷을 챙겨 입고, 컨셉에 맞는 숙소를 예약하고, 특정 카페에서 꼭 앉아야 할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
그게 정말 ‘쉼’일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도 그들만의 힐링 방식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어쩌면 밀레니얼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감정을 더듬고 기억을 오래 간직하려고 여행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남 보여주기’도 있겠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일지도.

 

그래서 나는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인증과 힐링은 반대 개념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힐링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간직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게 사진으로 남든, 마음속에 남든, 결국 중요한 건 자기만족이라는 사실.

밀레니얼의 여행이 감성적이고 기록 중심적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그들의 방식도 나름대로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그 순간을 아름답게 남겨두는 역할을 해주는 거니까.

 

 

마무리
00년생인 내가 본 밀레니얼의 여행은, 참 섬세하고, 감정에 솔직하며,
때론 지나치게 연출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여행하지만, 결국 같은 걸 원한다.
조금이라도 숨 돌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

그러니 다음에 여행을 떠나면, 나는 굳이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진을 남기고, 나는 바람 냄새를 기억하면 된다.
그게 우리 각자의 힐링이니까.